[박시형 변호사] 아시아투데이 인터뷰 - 박시형 도산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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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1-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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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 축소 위협도…경쟁 덜한 '비송사건' 주력 움직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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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도입으로 인한 변호사의 증가는 법조 시장의 과열 경쟁을 불러왔다. 법조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고, ‘법조유사직역’과의 ‘일자리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변호사들은 형사·민사 재판 외 다른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파산·회생, 부동산 등기 등 이른바 ‘니치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변호사들이 늘어나는 새로운 법률 시장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아시아투데이 김현구 기자 = 1만6043명. 2012년 이후 올해까지 10년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통해 법조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들의 숫자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록 기준 5136명(2001년)이었던 변호사 숫자는 11년 후인 2012년이 돼서야 1만명(1만169명)을 넘어섰지만, 그 3배인 ‘3만 변호사 시대’를 여는 데까지는 단 9년이 걸렸다.
변호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법조 시장에는 균열과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법무부와 변협은 수년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법조유사직역’의 통폐합·축소 등을 전제로 했던 로스쿨 도입의 취지와는 반대로 세무 대리업무 제한 등 오히려 변호사의 직역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법조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들어가자 최근 법조계 내에서는 틈새시장을 노려 살길을 찾아 나선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반 소송업무에서 벗어나 이전 세대 변호사들이 등한시했던 업무에 주력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변호사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특정 업무에 집중…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변호사의 업무가 이른바 법조유사직역까지 뻗쳐있긴 했지만, 과거 변호사들의 주 업무는 일반 소송이었다. 대부분의 변호사가 일반 소송만으로 직업을 유지하는데 경제적으로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더 빠르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변호사들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이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변호사들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과포화된 시장, 직역 축소로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는데, 사건을 수임한다 해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수임료가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연차가 낮은 변호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독자적인 수임 시스템이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윗세대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숫자가 줄어든 수준에서 그치지만, 신입 변호사들 내지는 저연차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역 축소로 활동 범위까지 줄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신 변협 수석대변인은 “예전에는 변호사들이 일반소송을 통해 변호사 본연의 업무를 익히고, 그와 동시에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과열 경쟁, 직역 축소 등이 겹치면서 이러한 일들이 힘들어졌다”며 “여기에 일반 변호사 업무만 할 경우 전관 출신 등과도 경쟁해야 해 신규 변호사들이 살아남기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초부터 특정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거나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업종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변호사들이 있는 반면, 다른 업무 분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며 “전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한편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필요한 변호사도 있기 때문에 복잡한 심경”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레드오션’ 변호사 시장…“전문성 없으면 경쟁서 뒤처져”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변호사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비송사건’이다. 비송사건은 법원이 다루는 사건 중 소송사건 이외의 민사에 관한 모든 사건을 통칭하는 것으로, 파산·회생과 등기, 경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비송사건은 이전부터 변호사들의 업무 범위 내에 있던 것이지만 주력으로는 잘 하지 않던 분야다. 하지만 일반소송 사건의 경제적·시간적 이점이 줄어들자 법조인 모두가 뛰어들 수 있는 송무(소송에 관한 사무나 업무) 보다 최소한의 문턱이 있는 비송무로 방향을 튼 것이다.
박시형 변협 도산변호사회 부회장은 “등기나 파산·회생 등 일부 비송무 분야는 로스쿨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며 “단위당 보수는 높지 않지만 문턱이 있고, 회전율도 일반 소송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6년째 파산·회생 등 도산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등기나 파산·회생 같은 특정 분야도 처음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하다가 경력을 쌓다 보면 결국 다른 변호사들이 하기 어려운 사건을 맡게 된다”며 “피라미드 구조처럼 경력을 쌓아 올라가다 보면 전문성을 인정받고 수임료도 큰 폭으로 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인정받아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변호사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인 김예림 변호사는 “이미 레드오션인 변호사 시장에서 틈새를 찾거나 스타트업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긴 하지만 획기적인 새 분야를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래서 일부 변호사들은 인접직역의 자격증을 따는 방식 등을 통해 업무 범위를 늘려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변호사들은 이처럼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경쟁에서 뒤쳐지거나 새로 진입하는 변호사들은 자기 영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더욱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조 시장에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